《천도 집행》 7화. 일성에서 이성으로
목검이 허공을 가를 때마다 어깨 관절 안쪽에서 미세한 마찰음이 들렸다.
진소운은 그 소리를 무시하지 않았다. 몸이 보내는 신호를 무시하면 반드시 어딘가 끊어진다는 것이 전생에서 배운 가장 값비싼 교훈이었다. 열세 살의 이 몸은 아직 뼈가 굳지 않았고, 인대는 말랑했으며, 경맥은 비어 있었다. 억지로 눌러 얻을 것은 없었다.
그래서 그는 느리게 움직였다.
일성의 첫 초식인 호선보(虎線步)를 밟으며 발끝부터 무게중심이 어떻게 이동하는지 느꼈다. 뒤꿈치에서 발바닥 바깥쪽으로, 다시 엄지발가락 아래로. 전생에는 이 흐름을 완성하는 데 두 달이 걸렸다. 지금은 이틀째 아침이었고, 발의 무게 이동 자체는 이미 자연스러웠다.
문제는 거기에 검을 얹는 것이었다.
목검을 든 오른팔이 어깨 너머로 올라가는 순간, 몸통이 미세하게 뒤로 젖혀졌다. 전생의 기억이 명령하는 자세와 열세 살 몸의 무게중심이 미세하게 달랐다. 진소운은 초식을 멈추고 두 발을 어깨너비보다 반 뼘 더 벌렸다. 다시 시작하자 이번에는 어깨가 뒤로 빠지지 않았다.
열 번. 스무 번. 서른 번.
뒤뜰 수련장에 아침 안개가 걷혀가는 동안, 그는 그 동작 하나만 반복했다.
"야, 소운아."
등 뒤에서 목소리가 들린 것은 마흔세 번째 반복이 끝났을 때였다.
진소운이 목검을 내리고 돌아서자, 마진 사형이 수련장 입구에 서 있었다. 손에 두꺼운 수건을 들고, 이마에는 이미 땀이 맺혀 있었다. 그도 이 시간에 따로 단련을 해왔다는 뜻이었다.
"언제부터 나와 있었어?"
"한 시간?" 마진이 어깨를 으쓱했다. "아니 더 됐나. 아무튼 네가 나오기 전부터."
사형이 수련장 안으로 걸어 들어오며 진소운의 목검을 흘끗 봤다. 넓은 어깨와 굵은 목이 아침 햇살을 받아 길게 그림자를 드리웠다. 스물한 살의 마진 사형은 백호문에서 내공의 양으로는 이사형 조경에 미치지 못했지만, 검을 다루는 실전 감각은 문파 안에서 독보적이었다. 그 눈이 진소운의 발 위치를 내려다봤다.
"발 벌린 거 어제보다 넓네."
"맞췄어요. 어깨가 뒤로 빠져서요."
마진은 잠시 말이 없었다. 진소운을 천천히 위아래로 훑어보는 눈빛이 처음의 무심함에서 무언가 다른 쪽으로 기울었다.
"어제 일성 뼈대 잡았다고 했잖아."
"네."
"오늘은?"
진소운이 목검을 다시 들었다. 대답 대신이었다.
호선보로 들어가며 목검을 어깨 너머로 들어 올렸다. 상체가 오른쪽으로 반 박자 따라갔다. 발끝이 땅을 박았다. 그리고 무릎을 굽히며 하강하는 동시에 검을 위에서 아래로 꺾어 내렸다. 일성의 열 번째 초식인 호강격(虎降擊)이었다.
쉿.
목검이 공기를 가르는 소리가 짧고 날카롭게 났다.
마진 사형이 팔짱을 풀었다.
"다시."
진소운이 정위로 돌아가 다시 시작했다. 이번에는 하강 속도를 조금 늦추며 무릎이 발끝 너머로 나가지 않도록 조정했다. 검끝이 내려오는 궤적이 전보다 깨끗했다.
"다시."
세 번째. 네 번째.
마진이 수건으로 이마를 닦으며 천천히 진소운의 옆으로 걸어왔다.
"검끝 보여. 내려오기 전에 손목에서 예고 동작이 있어. 실전에서 그거 보이면 무조건 열려."
진소운은 그것을 알고 있었다. 전생에서 그 예고 동작 때문에 마진 사형에게 얼마나 두들겨 맞았는지도 기억했다. 그러나 입으로는 말하지 않았다.
"예, 사형."
"손목 쥐지 말고 따라가게만 해. 검이 무게로 내려오게."
다섯 번째. 여섯 번째.
일곱 번째의 호강격이 끝났을 때, 마진은 잠시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 진소운이 정위에서 숨을 고르는 사이, 사형의 시선이 그의 발끝에서 손목으로, 다시 어깨 선으로 천천히 올라갔다.
"소운아."
"네."
"일성 다 됐어?"
"아직요. 열두 초식 중 아홉까지요."
마진이 짧게 숨을 내뱉었다. 대단하다는 뜻도 아니고 칭찬도 아니었지만, 그 침묵에 어떤 무게가 실려 있었다. 진소운은 그 무게를 모른 척했다.
"이성 들어갈 거야?"
"해보려고요."
"…네 나이 애들은 아직 일성도 반도 못 해."
"그래도요."
마진이 수건을 어깨에 걸쳤다. 그리고 아무 말 없이 뒷짐을 졌다.
"해봐."
이성의 첫 초식은 호선보에서 이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일성이 정면에서 무너뜨리는 검이라면, 이성은 옆으로 흘리며 역습하는 검이었다. 같은 몸에서 나오는 흐름이지만 방향이 달랐고, 그 방향의 전환을 만드는 것이 이성의 첫 초식 호전보(虎轉步)였다. 발이 오른쪽으로 반 걸음 물러서며 동시에 검이 왼쪽으로 반 박자 빠르게 당겨진다. 그 어긋남 사이에서 상대의 공격이 허공을 가르게 만드는 동작이었다.
진소운이 호전보에 들어섰을 때, 발이 두 번 미끄러졌다.
당연한 일이었다. 일성의 무게중심이 정면을 향해 쌓여 있는데, 이성은 그것을 옆으로 꺾어야 했다. 기억 속의 이성은 무릎의 각도를 낮추면서 허리가 비틀리는 동시에 검이 당겨지는 합력(合力)을 써야 했는데, 열세 살의 허리는 그 비틀림을 버티기에는 아직 경량이 부족했다.
세 번째 시도에서 발이 미끄러지며 왼쪽 무릎이 꺾였다.
마진 사형이 손을 뻗었지만, 진소운이 먼저 손바닥으로 땅을 짚으며 충격을 흘렸다. 무릎에 돌멩이가 박히는 통증이 왔지만 이를 악물었다. 일어서면서 무릎을 한 번 털었다.
"됐어?"
"네."
"앉아 있어도 돼."
"괜찮아요."
진소운이 다시 정위에 섰다. 무릎 통증은 열세 살의 살갗이 느끼는 것이었고, 그 살갗 안에 있는 기억은 이것보다 훨씬 더한 것을 알고 있었다. 이건 아프지 않았다. 아니, 아프긴 했지만 참지 못할 것은 아니었다.
문제는 발이 미끄러지는 이유를 파악하는 것이었다.
허리가 먼저 돌아가고 있었다. 기억 속의 이성은 발이 먼저 방향을 잡고, 그다음에 무릎이 낮아지며, 마지막에 허리가 따라갔다. 순서가 달랐던 것이다.
진소운이 천천히, 아주 천천히 호전보를 밟았다. 발이 오른쪽으로 빠졌다. 무릎이 낮아졌다. 허리가 돌아갔다. 검이 당겨졌다.
미끄러지지 않았다.
다시 한 번. 발. 무릎. 허리. 검.
"…야."
마진 사형의 목소리에 묘한 색이 끼어 있었다.
진소운이 정위로 돌아오며 사형을 봤다. 마진의 얼굴에 표정이 있었다. 칭찬도 놀라움도 아닌, 뭔가 처음 본 것을 보았을 때 짓는 얼굴이었다.
"몇 살이라고 했지."
"열셋이요."
"열셋이."
사형이 팔짱을 끼며 중얼거렸다. 진소운은 그 눈빛이 어디를 향하는지 알았다. 설명하지 않았다. 설명할 수 없었고, 설명해서도 안 됐다.
"계속해봐."
그날 오전, 진소운은 이성의 초식 중 넷을 몸에 심었다.
완성이 아니었다. 뼈대만 잡은 것이었고, 힘을 실어 끊어치면 여전히 허리가 따라가지 못했다. 그러나 나흘 전까지만 해도 일성의 흉내조차 내지 못하던 열세 살짜리가 이성에 발을 디뎠다는 사실 자체가 달랐다.
점심이 가까워질 무렵 조경 이사형이 수련장 입구에 나타났다.
"사형이랑 수련 중인가?"
"혼자예요. 사형은 아까 들어가셨어요."
조경이 수련장 안을 둘러보았다. 진소운의 발자국이 진흙 위에 여러 방향으로 찍혀 있었다. 무릎을 짚은 흔적도 있었다. 그 흔적들을 읽는 눈이 잠시 머물렀다.
"일성?"
"이성 들어가고 있어요."
이사형의 눈이 좁아졌다.
"이성을."
"아직 네 개밖에 못 했지만요."
조경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마진 사형이 짓던 얼굴과는 달랐다. 놀라움보다 무언가를 재는 듯한 시선이었다. 진소운은 그 시선 아래에서 표정을 유지했다. 이사형의 시선이 재는 것이 무엇인지 알았기에, 조심해야 했다.
"잘 먹어. 밥 시간이야."
조경이 몸을 돌렸다.
"네, 이사형."
발소리가 멀어진 뒤에도 진소운은 잠시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이사형의 눈빛은 항상 어떤 저울 위에 무언가를 얹는 것 같았다. 어릴 때는 그 저울이 무엇을 재는지 알지 못했다. 지금은 달랐다.
목검을 내리고 수건으로 손을 닦으며, 진소운은 조경의 발소리가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귀를 기울였다.
한천악이 수련장에 나타난 것은 오후 늦게였다.
마진 사형과의 오전 수련이 끝나고, 점심 식사를 마친 뒤 다시 수련장으로 돌아와 이성의 나머지 초식을 이어가던 중이었다. 발소리가 없었다. 그냥 어느 순간 수련장 바깥 담장 모서리에 사부가 서 있었다.
진소운이 먼저 사부를 봤다.
동작을 멈추지 않았다. 호전보를 밟으며 검을 당겨 이성의 다섯 번째 초식을 이어갔다. 허리가 돌아가며 발이 착지했다. 검끝이 비스듬히 외측을 향했다. 완성과는 거리가 있었지만 무너지지는 않았다.
한천악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진소운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오후의 햇살이 수련장 바닥에 길고 비스듬한 그림자를 드리우는 동안, 사부는 그 자리에 서서 진소운의 움직임을 바라봤다. 표정이 보이지 않는 거리였다. 그러나 그 침묵의 질감이 어젯밤의 것과 달랐다. 어젯밤에는 무언가를 확인하는 침묵이었다면, 오늘의 침묵은 무언가를 계산하는 것 같았다.
여섯 번째 초식이 끝났다.
진소운이 정위에 섰다. 숨을 고르며 등 뒤의 시선을 느꼈다. 등 한가운데에 바늘 하나가 얹히는 것 같은 감각이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오는 시선은 항상 이런 식으로 느껴졌다. 전생에서도 그랬다.
"소운아."
"네, 사부님."
"오늘은 몇 초식을 심었느냐."
진소운이 사부 쪽을 향해 돌아섰다. 한천악이 담장 모서리에서 한 걸음 안으로 들어서며 두 손을 소매 안에 넣었다. 자상한 눈이 진소운의 전신을 훑었다. 그 시선이 자상한지 아닌지를 구분하는 것은 어려웠다. 전생에서도 마지막까지 알지 못했다.
"이성 여섯까지요."
"이틀 만에."
"네."
한천악은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담장 너머 저녁 바람이 수련장 안으로 흘러들었다. 소나무 향이 실려 왔다.
"무릎은 괜찮으냐."
진소운이 잠깐 사부의 얼굴을 봤다. 아까 이사형이 오기 전에 무릎을 짚었던 것을 보고 있었다는 뜻이었다. 언제부터 있었는지 모른다는 뜻이기도 했다.
"괜찮습니다."
"무리하지 마라. 몸이 커가는 시절이다."
"알겠습니다."
한천악이 느리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수련장을 나갔다. 발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그냥 사라졌다.
진소운은 사부의 마지막 시선이 머물렀던 자리를 바라봤다.
담장 모서리. 거기에 시선의 무게가 아직 남아 있는 것 같았다.
무릎이 아까보다 더 쑤셨다. 그는 그것을 무시하고 다시 목검을 들었다.
이성의 일곱 번째 초식.
발이 오른쪽으로 빠졌다. 무릎이 낮아졌다. 허리가 돌아갔다. 검이 당겨졌다.
이번에는 미끄러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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