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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명을 노래하다 — 연재 안내

분류 — 원하는 작품을 선택하세요 운명을 노래하다 두 갈래의 운명, 하나의 노래 — 「천도 집행」과 「데스티노 칸타레」, 매일 이어지는 장편 웹소설 2026년 6월 6일 갱신 1 《천도 집행》 반복 회귀 무협 (주인공은 죽을 때마다 회귀하며 강해지고, 사부 역시 회귀자로서 주인공의 회귀에 맞춰 함께 강해지는 영원한 추격전) 12화 연재 중 전체 목차 보기 → 2 《데스티노 칸타레》 판타지 스릴러 로맨스 (멀티버스 / 평행세계 / 신화·도시·SF 혼합) 9화 연재 중 운명을 노래하다 전체 목차 보기 → 각 작품을 클릭하면 1화부터 최신화까지의 전체 목차로 이동합니다.

《천도 집행》 12화. 보이지 않는 검

🏠 홈 · 📑 《천도 집행》 목차 ← 이전 화 다음 화 VOD V.O.D 편집실 《천도 집행》  ·  2026년 6월 6일 방 안의 공기는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 조경 사형과 림무진 사형의 목소리가 담벼락 너머로 사라진 지 한참이었지만, 그 대화의 잔향은 독처럼 내 귓가에, 그리고 정신에 스며들어 있었다. 눈을 감자 두 사람의 얼굴이 더 선명하게 떠올랐다. 야심으로 번들거리는 조경의 눈, 그 옆에서 불안하게 흔들리던 림무진의 눈동자. 전생의 기억 속에서 그들은 막연한 ‘배신자’라는 이름표를 달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 그들의 배신은 더 이상 미래의 일이 아니었다. 이미 내 발밑에서 자라나는 독버섯이었다. 조경은 나를 질투했고, 림무진은 그 질투에 물들고 있었다. 사부라는 거대한 산맥 외에도, 문파 내부에서부터 나를 좀먹어 들어올 균열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피부로 확인한 순간이었다. ‘침착해야 한다.’ 스스로에게 되뇌었지만, 열세 살의 육신은 쉽사리 마음을 따르지 않았다. 단전 깊은 곳에서부터 미미한 열기가 피어오르며, 이제 막 자리를 잡기 시작한 진기의 흐름을 어지럽혔다. 분노, 초조함, 그리고 깊이를 알 수 없는 무력감이 뒤섞여 내공의 흐름을 방해했다. 이대로 두면 주화입마에 들지는 않더라도, 애써 쌓아 올린 미약한 공력이 흩어질 터였다. 나는 가부좌를 틀고 앉아 심호흡을 시작했다. 들숨에 차가운 밤공기를 들이마시고, 날숨에 단전의 탁한 열기를 밀어냈다. 사부 한천악이 내린 한 달간의 검 수련 금지. 그것은 나를 옭아매려는 족쇄였지만, 동시에 기회이기도 했다. 검을 잡지 못하는 시간 동안, 나는 내공의 기초를 누구보다 단단히 다져야만 했다. 백호심법(白虎心法)의 정제된 기운과 풍운심법(風雲心法)의 거친 기운. 두 개의 서로 다른 물줄기를 하나의 강으로 합치는 작업은 살얼음판을 걷는 것과 같았다. 전생의 나는 사부가 이끄는 대로 풍운심법에만 매달렸고, 그 끝에서 기다리는 것은 파멸뿐이었다. 이번 생에서는 달랐다. 백호문의 정통 내공심법인 백...

《천도 집행》 11화. 차가운 불씨, 따뜻한 바람

🏠 홈 · 📑 《천도 집행》 목차 ← 이전 화 다음 화 VOD V.O.D 편집실 《천도 집행》  ·  2026년 6월 6일 촛불 심지가 꼿꼿이 타올랐다. 흔들림 없는 불꽃은 방 안의 공기가 지독할 만큼 고요하다는 증거였다. 나는 불꽃을 바라보며 사부가 남긴 명령을 곱씹었다. 한 달간 검 수련 금지. 단순한 제재가 아니었다. 급격한 성장에 대한 견제이자, 나의 반응을 살피려는 시험이었다. 전생이었다면 절망하고 분노했을 것이다. 열세 살의 치기 어린 마음으로는 사부의 의도를 헤아리지 못하고, 그저 억울함에 밤을 새웠을 터였다. 그러나 지금의 나는 달랐다. 수십 년의 세월과 한 번의 죽음을 겪은 내 영혼은 그 명령 속에 숨겨진 칼날과 기회를 동시에 읽어냈다. 한천악. 그는 나의 성장이 예상을 뛰어넘자 고삐를 죄기로 한 것이다. 백호검법 초식을 익히는 속도가 너무 빨랐다. 겉으로 드러나는 무위(武威)였다. 그가 정작 경계하는 것은 그 안에 담길 내공의 성장일 터. 그는 내가 외공(外功)에 치중하는 동안 내공의 성장이 더뎌지기를 바랐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그 속도를 따라잡자, 그는 판을 바꿨다. 아예 검을 쥐지 못하게 함으로써 나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는 것이다. 어리석은 수. 아니, 어쩌면 지극히 교활한 수였다. 검을 잡지 못하는 조급함이 어린 제자의 마음을 흔들고, 무리한 내공 운용으로 주화입마에 빠지게 만들 수도 있다. 혹은, 성장의 길이 막혔다는 무력감에 좌절하게 만들 수도 있다. 그는 덫을 놓았다. 내가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고요한 수면 아래에서 지켜볼 것이다. 나는 눈을 감았다. 분노로 들끓던 피가 서서히 식어갔다. 괜찮다. 검을 잡지 못하는 한 달. 그것은 나에게 다른 기회를 의미했다. 전생에서는 미처 깨닫지 못했던 기회. 검의 초식에만 매달리느라 소홀했던 내공의 기틀을 다질 시간. 사부가 심어준 풍운심법(風雲心法)은 그 자체로 천마검(天魔劍)을 위한 그릇을 만드는 마공(魔功)의 입문서다. 그러나 나는 그것을 역이용할 방법을...

《천도 집행》 10화. 열두 번째 호랑이

🏠 홈 · 📑 《천도 집행》 목차 ← 이전 화 다음 화 VOD V.O.D 편집실 《천도 집행》  ·  2026년 6월 6일 태양이 정수리에 박혔다. 그림자는 발밑으로 스며들어 제 몸 하나 가릴 곳 없었다. 훈련장 바닥에서 피어오르는 지열이 아지랑이처럼 시야를 흐렸다. 셔츠는 이미 땀으로 젖어 맨살에 찰싹 달라붙었고, 흘러내린 땀방울이 턱 끝에 맺혔다가 흙바닥으로 툭, 툭 떨어졌다. 나는 숨을 골랐다. 폐부가 터질 듯이 뜨거웠다. 온몸의 근육이 비명을 질렀다. 특히 허벅지와 종아리 근육은 금방이라도 끊어질 것처럼 팽팽하게 당겨왔다. 백호검법 이성(二星)의 열 번째 초식, 맹호단좌(猛虎斷坐). 앉은 호랑이가 허리를 끊어내는 형상의 이 초식은 하체를 땅에 뿌리박은 채 상체와 허리 힘만으로 검을 비틀어 내지르는, 지극히 기형적인 움직임을 요구했다. 전생에서 이 초식 하나를 몸에 익히는 데 꼬박 석 달이 걸렸다. 기초 체력이 부족한 열세 살의 몸으로는 버텨내는 것 자체가 고역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알고 있었다. 어디에 힘을 주고, 어느 근육을 이완시켜야 최소한의 힘으로 최대의 효과를 낼 수 있는지. 회귀가 내게서 모든 내공을 앗아갔지만, 몸을 쓰는 법에 대한 기억만큼은 뼈저리게 새겨 놓았다. 나는 다시 목검을 고쳐 잡았다. 손바닥에 잡힌 굳은살이 쓰라렸다. 어제 생긴 물집이 터지고 아물기를 반복한 자리였다. “흐읍!” 짧은 기합과 함께 다시 몸을 낮췄다. 왼발을 반 보 앞으로 내딛고, 오른 무릎을 거의 땅에 닿을 듯 말 듯 한 높이로 구부린다. 상체는 꼿꼿이 세운 채, 허리를 비틀어 목검을 오른쪽 어깨 뒤로 넘겼다가, 용수철이 튕겨나가듯 폭발적으로 정면을 향해 내질렀다. 콰아악. 목검이 공기를 가르는 소리가 제법 날카로웠다. 하지만 완벽하지 않았다. 마지막 순간에 허리가 미세하게 무너졌다. 하체가 버텨주지 못한 탓이다. “젠장.” 나직한 욕설이 터져 나왔다. 몸이 기억하는 감각과 실제 몸이 내는 결과물 사이의 괴리. 그것이 이번 생에서...

《데스티노 칸타레》 9화. 도깨비 감투 (1)

🏠 홈 · 📑 《데스티노 칸타레》 목차 ← 이전 화 다음 화 VOD V.O.D 《데스티노 칸타레》  ·  2026년 6월 6일 김명령은 정처 없이 걸었다. 어디로 가는지, 왜 가는지, 아무런 목적도 없이 발을 옮겼다. 낡은 운동화 바닥을 통해 아스팔트의 거친 감촉이 무감각하게 전해졌다. 시야는 흐릿했다. 방금 전까지 세상을 가득 채웠던 아침 햇살은 의미를 잃고 빛의 파편으로 흩어졌다. 모든 것이 낯설었다. 5년이란 세월을 바쳐 찾아 헤맨 아내의 얼굴조차 알아볼 수 없는 이 세계에서, 익숙한 것은 단 하나도 남아있지 않았다. 오른손이 불에 덴 듯 화끈거렸다. 시선을 내리자 으스러진 손가락 사이로 붉은 피가 배어 나왔다. 차가운 철문을 미친 듯이 두드렸던 대가였다. 하지만 육체의 고통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보다 더 깊은 곳, 영혼이 산산조각 나버린 듯한 공허가 온몸을 잠식했다. ‘당신, 누구세요.’ 그녀의 목소리가 귓가에 메아리쳤다. 경계와 혐오, 그리고 완벽한 무지. 그 눈빛 속에서 김명령은 자신의 존재가 완벽하게 지워졌음을 확인했다. 그가 알던 이지수는, 그와 사랑을 속삭이고 딸 나영을 낳았던 그 여자는, 이 평행세계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다. 어쩌면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의 기억 속에만 박제된, 이제는 만질 수도 가질 수도 없는 신기루. 희망이 사라진 자리를 채운 것은 차가운 절망이었다. 5년. 스무 살의 몸으로 돌아와 보낸 그 허송세월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그녀를 찾겠다는 일념 하나로 낯선 과거를 버텼다. 부모님이 남긴 막대한 유산도, 젊어진 육체도 아무런 위안이 되지 못했다. 오직 이지수, 그녀만이 이 뒤틀린 세상에서 버틸 수 있는 유일한 닻이었다. 이제 그 닻이 뽑혔다. “인형사….” 갈라진 입술 사이로 모래알 같은 단어가 굴러 나왔다. 모든 것을 앗아간 원흉. 루시퍼가 지목했던 단 하나의 이름. 아내를 되찾겠다는 목적이 부서진 지금, 남은 것은 복수뿐이었다. 하지만 어떻게? 어디서부터? 막막함이 파도처럼 밀...

《데스티노 칸타레》 8화. 사랑의 향기는 지워지지 않는다 (1)

🏠 홈 · 📑 《데스티노 칸타레》 목차 ← 이전 화 다음 화 VOD V.O.D 《데스티노 칸타레》  ·  2026년 6월 6일 새벽 푸른빛이 감도는 골목길은 이지수 혼자만의 공간이었다. 방금 전 어깨를 스치고 지나간, 그림자처럼 초라했던 남자의 존재는 이미 희미한 잔상조차 남기지 않고 그녀의 의식 밖으로 밀려났다. 머릿속은 온통 다음 레이드 구상으로 가득했다. ‘네임드 몬스터, 칠흑의 칼날 아스모단의 3페이즈 패턴. 광역 침묵 스킬 시전 직전에 탱커에게 생존기를 몰아주고, 딜러들은 2초 안에 산개해야 한다. 문제는 산개 위치인데….’ 그녀의 발걸음이 낡은 5층 빌라 앞에서 멈췄다. ‘에덴빌’. 이름과는 어울리지 않게 외벽 곳곳에 세월의 흔적이 얼룩처럼 번져 있었다. 3층, 자신의 방 창문에서는 아직 불빛이 새어 나왔다. 24시간 돌아가는 컴퓨터 모니터 불빛일 터였다. 공동 현관 비밀번호를 누르는 손가락이 익숙하게 움직였다. 삐리릭, 건조한 전자음과 함께 굳게 닫혔던 철문이 열렸다. 계단을 오르는 내내 그녀의 사고는 현실과 가상 세계를 넘나들었다. 현실의 계단은 삐걱거렸고, 가상의 탑은 웅장했다. 현실의 공기는 눅눅한 먼지 냄새를 품고 있었고, 가상의 전장에는 피와 마법의 비린내가 진동했다. 현실의 이지수는 K대 중퇴 후 아르바이트와 게임으로 하루를 연명하는 스무 살 여자였지만, ‘에텔가드 연대기’ 속 ‘지슈카’는 서버 최초로 드래곤을 솔로잉한 전설적인 공격대장이었다. 그 간극이 그녀를 살아있게 했다. 302호 현관문 앞에 서서 열쇠를 꺼내 돌렸다. 끼익, 녹슨 경첩이 우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자, 안에서는 컵라면 국물과 방향제가 뒤섞인 묘한 냄새가 그녀를 맞았다. 어둠 속에서 유일하게 빛나는 것은 방문 틈새로 새어 나오는 모니터 불빛뿐이었다. 그녀는 신발을 대충 벗어 던지고 곧장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그녀가 사라진 골목 어귀, 어둠 속에서 한 그림자가 꿈틀거렸다. 김명령이었다. 이지수. 그녀의 뒷모습. 단 몇 초의 스침이었지만, 25년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