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도 집행》 6화. 백호검법 1성, 사부의 첫 눈빛
자정이 지나도 잠은 오지 않았다.
벽에 등을 기댄 채로 호흡을 이어갔다. 억지로 진기를 끌어올리지 않았다. 그저 숨을 들이쉬고, 천천히 내뱉고, 그것을 반복했다. 단전이 비어 있다는 것을 온몸으로 느끼는 일은, 회귀 후 며칠이 지나도 여전히 낯설었다. 텅 빈 그릇 안에 손을 집어넣는 것과 같았다. 손끝은 분명히 기억하는데, 닿아야 할 것이 없었다.
창문 틈으로 별빛이 가늘게 들어왔다. 바람도 없는 밤이었다.
눈을 감은 채로 호흡을 세었다. 열. 스물. 서른. 어느 순간부터는 숫자도 의식하지 않았다. 몸이 조금씩 무거워지다가 가벼워졌다. 주화입마의 위험도, 경맥의 반발도 없었다. 오직 고요한 호흡만 남았다. 그렇게 새벽이 지나갔다.
다음 날 새벽, 닭 울음소리가 두 번째로 들릴 무렵에야 자리에서 일어났다.
무복을 갈아입고 뒤뜰로 나갔다. 뒤뜰 수련장에는 아직 아무도 없었다. 이른 새벽이었다. 흙바닥에 아침 이슬이 얇게 내려앉아 있었고, 수련장 귀퉁이 목검 걸이에는 크고 작은 목검들이 줄지어 매달려 있었다. 그중 가장 가벼운 것을 골랐다. 나무 결이 곱지 않아 손 안에 쥐는 느낌이 거칠었지만, 그 거칠음이 오히려 좋았다. 적어도 손에서 미끄러지진 않으니까.
정위에 서서 숨을 고르고, 목검을 들어 올렸다.
백호검법 일성. 그것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눈을 반쯤 감았다. 머릿속으로 동작을 끌어올렸다. 전생에서 수없이 반복해 몸에 새겨넣었던 그 동작들이 흐릿하게 떠올랐다. 발끝의 무게 이동, 어깨의 각도, 손목을 젖히는 박자. 하나하나가 정확히 기억났다. 문제는 몸이었다. 기억은 스물여섯 살의 몸으로 배운 것이었고, 지금의 몸은 열세 살이었다.
첫 번째 초식을 펼쳤다.
어깨가 비틀렸다.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심하게. 팔이 짧고 근육이 아직 붙지 않은 탓에, 기억 속의 궤적과 실제 검의 경로가 맞지 않았다. 손목이 꺾이며 목검 끝이 바닥을 향해 기울었고, 겨우 멈췄을 때는 어깨 관절에 뜨거운 통증이 올라왔다. 잘못되면 빠질 뻔했다.
잠시 멈춰 어깨를 풀었다.
다시.
이번에는 폭을 줄였다. 팔을 절반만 뻗고, 손목을 일찍 꺾었다. 어깨에 가해지는 부하가 줄어들었다. 검 끝이 전생의 궤적과는 달랐지만, 균형은 잡혔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지금은 완벽한 초식이 아니어도 된다. 이 몸에서 가능한 최선의 형태를 먼저 익히는 것이 먼저였다.
두 번째. 세 번째. 네 번째.
땀이 나기 시작했다. 이슬이 증발하기도 전에 무복 등에 습기가 배었다. 어깨의 통증은 계속됐지만 점차 익숙해졌다. 몸이 기억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기억에 맞춰 스스로를 조율하는 중이었다.
열두 번째 반복에서 처음으로 끝까지 무너지지 않고 완수했다. 완벽하지는 않았다. 여섯 번째 초식의 발 이동이 미세하게 늦었고, 마지막 초식에서 손목이 충분히 돌아가지 않았다. 하지만 백호검법 일성의 뼈대는 갖춰졌다.
전생에서 같은 경지에 오르는 데 일 년이 걸렸었다.
지금은 며칠이 지나지 않았다.
다시 처음부터 시작했다. 이번에는 천천히. 느린 동작으로 각 초식 사이의 연결을 느꼈다. 빠르게 치는 것은 누구라도 한다. 느리게, 그러면서도 끊기지 않게 이어가는 것이 진짜였다.
스무 번째 반복을 마칠 즈음이었다.
느꼈다. 시야 끝에서 그림자 하나가 수련장 입구에 멈춘 것을.
시선을 돌리지 않았다. 동작을 멈추지도 않았다. 그러나 온몸의 감각이 한쪽으로 쏠렸다. 백호검법의 마지막 초식을 마무리하며, 눈 끝으로 그 그림자를 훑었다.
회색 도복. 단정하게 여민 옷깃. 흰 머리카락이 섞인 회색 머리.
한천악이었다.
목검을 내리며 자세를 풀었다. 아주 자연스럽게, 어떤 흐트러짐도 없이. 심장은 세게 뛰었지만 손가락 하나도 떨리지 않도록 눌러두었다. 사부는 수련장 입구에 서 있었다. 들어오지 않았다. 그저 서 있었다.
눈이 마주쳤다.
그 순간.
등 뒤에서 찬 것이 흘러내렸다. 땀이었다. 새벽 수련으로 흘린 땀이 한꺼번에 식어드는 것처럼, 등이 서늘해졌다. 사부의 눈빛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화도 없고, 칭찬도 없고, 의문도 없었다. 그냥 보고 있었다. 그런데 그 텅 빈 시선이 이상하게 무거웠다.
진소운은 고개를 살짝 숙였다. 예를 갖추는 동작이었다.
사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한 박자의 침묵이 지나갔다. 길지 않았다. 서너 번의 숨 정도. 그러나 그 시간이 무한히 늘어지는 것 같았다. 사부의 눈빛이 목검에서 진소운의 어깨로, 어깨에서 발 위치로 천천히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왔다. 훑는 것도 아니었다. 보고 있었다. 정확히 무언가를 확인하듯.
그리고 돌아섰다.
발소리도 없이. 한마디도 없이.
그림자가 수련장 끝에서 사라졌다. 이른 아침의 서늘한 공기만 남았다.
진소운은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목검이 손 안에서 가늘게 떨렸다. 손이 떠는 것이 아니었다. 목검 자체가 그런 것처럼 느껴졌지만, 손이었다. 주먹을 쥐었다.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었다. 그제야 멈췄다.
말이 없었다. 그게 더 나빴다.
얼마를 서 있었는지 몰랐다. 해가 수련장 담 위로 올라와 흙바닥에 긴 그림자가 생길 즈음에야 정신이 돌아왔다.
목검을 걸이에 돌려놓았다. 손에 땀이 배어 있었다. 닦으려다 그냥 두었다.
사부의 눈빛이 머릿속에 남아 있었다. 자상하지도, 차갑지도 않은 눈빛. 무언가를 재는 것 같기도 하고, 그저 확인하는 것 같기도 한 눈빛. 전생에서도 그 눈빛을 받은 적이 있었을까. 기억을 뒤졌다. 있었다. 분명히 있었다. 그런데 그때는 무심코 넘겼다. 자상한 사부가 제자를 바라보는 눈빛이려니 했다.
지금은 그렇게 넘길 수가 없었다.
손바닥을 펼쳤다. 손톱 자국이 반달 모양으로 네 개 남아 있었다. 얕지만 분명했다. 진소운은 그것을 한 번 내려다보다가 손을 오므렸다.
수련장 한쪽 그늘에 쪼그려 앉아 숨을 골랐다. 머릿속으로 방금 전 사부의 발걸음을 되짚었다. 들어오지 않았다.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것은 무엇을 뜻하는가. 그저 지나치다 잠시 멈춘 것인가. 아니면 무언가를 보고 간 것인가.
알 수 없었다.
그리고 바로 그 알 수 없다는 것이 불편했다. 전생에서 사부의 행동 하나하나는 모두 이유가 있었다. 자상한 미소에도, 이따금의 침묵에도. 진소운은 그것들을 뒤늦게야 이해했다. 그릇이 얼마나 익었는지를 확인하는 눈이었다는 것을. 그러나 지금의 사부는 겨우 며칠 된 열세 살을 보고 갔다. 백호검법 일성을 익히는 중인 아이를.
거기서 무엇을 보았는가.
모른다. 지금은 모른다.
일어섰다. 무릎을 털고, 목검 걸이를 한 번 더 바라봤다가 눈을 돌렸다. 오전 수련은 아직 남아 있었다. 어깨 관절이 뻐근하게 당겼지만 쓸 만했다. 백호검법 일성. 그것을 오늘 안에 완성하기로 했던 것은 변함이 없었다.
다시 목검을 집어 들었다. 손에 아직 손톱 자국의 압력이 남아 있었지만, 쥐는 것에 방해가 될 정도는 아니었다.
수련장에는 여전히 아무도 없었다. 아침 햇살이 흙바닥에 비스듬히 내려앉고, 바람 한 점 없는 조용한 오전이었다. 진소운은 정위에 섰다.
첫 번째 초식부터 다시 시작했다.
---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