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도 집행》 8화. 칼끝이 기억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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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D 편집실
《천도 집행》  · 

담장 모서리에서 사부의 발소리가 완전히 사라진 뒤에도 한동안 그쪽을 바라보았다.

발소리는 없었다. 그 침묵이 더 불편했다. 한천악은 걸어서 오지도, 가지도 않았다. 어느 순간 거기 있었고, 어느 순간 사라졌다. 진소운은 눈을 감았다 떴다. 목검을 들어 이성 일곱 번째 초식의 첫 발을 내디뎠다.

발→무릎→허리→검.

어깨가 따라오지 않았다. 열세 살의 관절은 기억보다 좁았다. 검끝이 가야 할 호선에서 반 치쯤 짧게 끊겼다. 진소운은 동작을 멈추지 않고 다시 폈다. 세 번, 다섯 번. 어깨가 비틀리는 지점을 확인하며 각도를 줄였다. 줄인 만큼 보폭을 반 치 더 열어 균형을 잡았다.

열 번째 반복에서 처음으로 검끝이 원하는 호선에 닿았다.

완성이 아니었다. 뼈대였다. 뼈대를 심는 데 이틀이 걸렸다. 이 몸으로 이 정도면 충분했다.

진소운은 수련을 멈추지 않았다. 저녁이 밤이 되는 것을 담장 너머 하늘이 어두워지는 것으로만 확인했다. 촛불을 꺼내지 않았다. 달이 뜨면 수련장 흙바닥에 검의 그림자가 길게 눕고, 그 그림자가 가장 정직한 스승이었다.

그림자가 흔들리면 검이 흔들린 것이었다. 그림자가 짧으면 동작이 쭈그러든 것이었다.

밤이 깊어졌다.

---

다음 날 아침이 밝았다.

수련장에 가장 먼저 온 것은 마진 사형이었다.

사형은 마당으로 들어서다 멈칫했다. 진소운이 새벽부터 나와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다. 진소운이 이성 여덟 번째 초식을 밟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소운."

마진은 다음 합이 끝나고 나서야 그를 불렀다. 진소운이 목검을 내려 사형 쪽을 봤다.

마진은 서른 걸음 거리에서 팔짱을 낀 채 서 있었다. 눈이 좁게 모아져 있었다. 놀라움을 숨기지 않는 사람이었는데, 오늘은 다른 표정이었다. 뭔가를 재는 듯한 눈이었다.

"어제 일곱 번째까지였잖아."

"예."

"오늘 아침에 여덟 번째."

"경맥이 버텨주는 동안은 가는 게 맞다고 생각했습니다."

마진이 천천히 걸어와 진소운의 어깨 높이에서 멈췄다. 손을 뻗어 목검의 각도를 짚었다. 검날이 향하는 방향, 손목의 위치, 팔꿈치의 굽힘.

"호전보에서 발이 먼저 나가."

"알고 있습니다."

"알고 있으면서?"

"발이 먼저 나가는 게 이 몸 한계가 아니라 습관 때문이라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이번 주 안에 고칩니다."

마진이 잠시 말이 없었다. 진소운은 그 침묵의 무게가 어디에서 오는지 알았다. 사형은 지금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모르고 있었다. 열세 살 사제가 자신의 자세를 이미 파악하고 있고, 고치는 일정까지 계획하고 있다는 사실이, 칭찬도 경고도 아닌 어떤 지점에 사형을 세워두었다.

"이성을 처음 밟은 게 언제야."

"그제 아침이었습니다."

마진의 눈에서 재는 빛이 완전히 사라졌다. 다른 빛이 들어왔다. 그게 무엇인지는 정확히 읽지 못했다. 진소운이 일부러 읽으려 하지 않았다.

"더 해봐."

마진이 뒤로 물러나며 말했다. 채점도 지시도 아니었다. 그냥 그렇게 말했다.

진소운은 고개를 숙여 예를 표하고 다시 목검을 들었다.

---

오전 내내 수련이 이어졌다.

마진 사형은 그 자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진소운의 수련을 지켜보다가 중간에 자신도 목검을 들어 자기 수련을 시작했다. 나란히, 말없이, 각자.

사형과 같은 공간에서 수련하는 것이 불편하지 않았다. 오히려 숨이 더 고르게 들어왔다. 진소운은 그 이유를 생각하다가 멈췄다. 마진 사형의 등은 언제나 정직했다. 잔머리가 없었고, 무언가를 숨기지 않았다. 진소운은 사형의 등이 수련장 북쪽 담장을 향해 있을 때 가장 긴장이 풀리는 것을 알았다. 그게 마음에 걸렸기 때문에 생각을 멈췄다.

마음이 풀리면 안 됐다.

해가 중천을 넘을 무렵, 이사형 조경이 수련장 문 앞에 나타났다.

진소운은 그를 눈으로 확인한 순간에도 초식을 멈추지 않았다. 속도를 바꾸지도 않았다. 그러면서 조경이 어디에 서서 어느 쪽을 보는지를 시야 끝으로 쫓았다.

조경은 수련장 문기둥에 어깨를 기대고 팔짱을 낀 채 서 있었다. 그가 보는 쪽이 마진 사형이 아닌 진소운이라는 것은 그림자 방향으로 알 수 있었다.

"사형, 아침부터 여기 계셨습니까."

조경이 마진에게 말을 붙였다.

"응."

"소운이 벌써 이성입니까."

"그렇다더라."

조경의 목소리는 평온했다. 진소운은 그 평온함이 진짜 평온함인지, 일부러 얹은 것인지 판단을 보류했다. 그것을 판단하는 데 감정을 쓰지 않아도 됐다. 조경 이사형에 대해서는 이미 다른 근거로 경계를 박아두었다.

"이성이 그제 아침부터라더라."

마진 사형이 덧붙였다.

잠깐 침묵이 흘렀다. 진소운은 호전보 발을 교정하는 데 집중했다. 무릎이 왼쪽으로 흘러가는 버릇을 오른쪽 엄지발가락으로 눌러 고정했다. 그러자 발이 검보다 먼저 나가는 순서가 자연스럽게 교정됐다.

세 번 연속으로 성공했다.

"잘 크는구나."

조경이 말했다. 웃음 섞인 목소리였다.

진소운은 대답하지 않았다. 수련에 집중하는 사람이 수련 중에 대답하지 않는 것은 무례가 아니었다. 조경 이사형도 그것을 알았다. 그래서 대답을 기다리지 않았고, 잠시 후 발소리가 멀어졌다.

그 발소리가 완전히 사라졌을 때, 진소운의 눈이 한 번 가늘어졌다가 돌아왔다.

---

오후 늦게, 수련장에 다시 한천악이 나타났다.

이번에는 발소리가 들렸다. 조용하지만 분명한 발소리였다. 마치 일부러 들으라고 내는 것 같았다.

진소운은 수련을 멈추고 목검을 세워 예를 표했다.

"계속해라."

한천악이 말했다.

진소운은 고개를 숙이고 다시 목검을 들었다. 등 뒤에서 사부의 시선이 닿는 것이 느껴졌다. 시선은 무게가 없는 것이지만 이 시선은 달랐다. 살가죽이 그것을 알았다.

이성 여덟 번째 초식. 발→무릎→허리→검. 오전 내내 교정한 호전보를 다시 밟았다. 발이 먼저 나가지 않았다. 검끝이 원하는 호선의 끝에 닿았다.

침묵.

아홉 번째 초식으로 넘어갔다. 아직 뼈대가 덜 잡혀 있었다. 각도를 잡는 데 한 박자가 더 들어갔다. 진소운은 그 한 박자를 줄이지 않았다. 아직 줄일 수 없었다. 줄일 수 없는 것을 줄인 척하면 사부 앞에서 오히려 더 잘 보였다. 그것이 더 위험했다.

네 합을 밟았다.

"멈춰라."

한천악이 말했다.

진소운이 멈췄다.

사부가 천천히 걸어왔다. 진소운의 오른편에 섰다. 목검이 향하는 방향을 내려다봤다. 그리고 진소운의 손목을 손으로 감았다.

그 손이 차가웠다.

진소운은 숨을 끊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들이쉬고 내쉬었다. 손끝이 떨리는 것을 쥔 채로 참았다. 사부의 손가락이 손목뼈 위에 닿아 있었다. 맥이 짚히는 위치였다.

잠깐, 아주 잠깐, 진소운은 그 차가움이 다른 차가움과 섞이는 것을 느꼈다. 가슴 한가운데를 꿰뚫던 검날의 온도. 단전이 빨려나가던 감각. 두 가지가 같은 온도를 가지고 있었다.

눈이 흐려질 것 같았다.

흐려지지 않았다.

"아홉 번째에서 어깨가 앞으로 나온다."

한천악이 말했다.

"예."

"등허리를 세워서 잡아당겨라. 어깨가 아니라 허리 아래에서 힘을 빼는 거다."

진소운은 말했다. "다시 해보겠습니다."

한천악이 손을 놓았다.

그 순간 등 전체에서 숨이 내려갔다. 진소운은 그것을 표정으로 드러내지 않았다. 목검을 다시 세우고 아홉 번째 초식의 첫 발을 밟았다. 등허리를 세웠다. 어깨가 뒤에 남았다. 검끝이 허리에서 연결된 선을 따라 나갔다.

한 박자가 줄어들었다.

"됐다."

한천악이 짧게 말했다.

진소운은 고개를 숙였다. 사부의 발소리가 멀어졌다. 이번에는 수련장 밖으로 나가는 소리였다.

그가 완전히 사라지고 나서야 진소운은 목검을 쥔 손을 확인했다. 손바닥이 땀으로 젖어 있었다.

손목. 사부의 손이 닿았던 자리. 그곳의 살가죽이 여전히 차가웠다.

진소운은 소매로 손바닥을 한 번 닦았다. 그리고 다시 목검을 들었다.

아홉 번째 초식을 다시 밟기 시작했다.

---

저녁이 왔다.

마진 사형은 오후에 문파 잡무가 있다며 수련장을 떠났다. 수련장에는 진소운 혼자였다.

달이 뜨기 전에 아홉 번째 초식의 뼈대를 마저 잡았다. 허리 아래에서 힘을 빼는 자리를 손으로 직접 짚어가며 반복했다. 열다섯 번째 반복에서 처음으로 박자가 균일해졌다.

이성 아홉 초식.

이틀 사이에 세 초식을 더 얹었다.

진소운은 수련장 한가운데에 서서 하늘을 한 번 올려다봤다. 별이 나오기 시작했다. 바람이 없어서 수련복이 축 늘어져 있었다.

이 몸은 작았다. 팔이 짧았고 어깨가 좁았다. 경맥은 아직 흙탕물 같았다. 단전에는 진기 비슷한 것이 겨우 모이기 시작한 수준이었고, 그것도 조금만 억지를 쓰면 역류했다.

그러나 칼끝은 기억하고 있었다.

몸이 기억하지 못하는 것을 칼끝이 기억했다. 열세 살의 관절이 따라가지 못하는 각도를, 칼끝이 먼저 알았다. 그것이 지금 진소운이 가진 가장 정직한 자산이었다.

목검을 수련장 가장자리 목검걸이에 걸었다.

손가락을 쥐었다 폈다. 뻐근했다. 오늘 처음으로 제대로 뻐근했다. 어제까지는 뻐근함이 아니라 통증이었다. 차이가 있었다.

진소운은 수련장을 나서며 담장 너머 사부의 처소 쪽을 한 번 봤다. 불빛이 들어와 있었다. 아무것도 움직이지 않았다.

발을 돌렸다.

내일 아침에 열 번째 초식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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